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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5 智異山1 (1)
작가 이병주의 고향이 나와 同鄕인 경남 河東이다. 지리산 줄기가 남해로 빠지기 전, 그 마지막 걸음을 멈추고 산 줄기의 오른쪽 옆구리를 돌아 흘러가는 섬진강 강을 내려다 보는 1천 미터의 큰 봉우리인 형제봉이 내가 태어난 마을의 主山이었다. 박경리님의 "土地"의 주무대인 마을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인 68년에 태어난 나조차도 어른들은 간간이 자신들이 겪은 빨치산의 이야기를 했다. 요즘처럼 내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외할아버지 형제분이 산에서 내려운 사람들의 보급투쟁의 결과물을 등에지고 그 형제봉을 넘어 옮겨다 주는 과정에 국군의 박격포 포탄에 죽어가고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제간의 생사를 몰라 비오듯 쏟아지는 폭탄의 한 가운데 서로 찾고 찾아서 울고 그 혼란을 틈타 달아나 다시 산에서 내려온 이야기는 어린 맘에도 빨치산과 내가 막연하게 나마 서로 연결된 느낌을 받게 해 주었다. 태백산맥과 남부군의 출간으로 인해 그런 느낌은 점점더 강해졌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졸업을 앞둔 91년 어는 여름날, 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살아있는 빨치산을 직접 대면하게 된 것이다. 그 분의 이름은 "이 인모". 월간지 말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수기로 적어 화제가 된 분으로 당시에 노환으로 넘어진 머리의 상처가 문제가 되어 부산대학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을 하게 된 사정이 있었고, 일가 친척이 없었던 그 분을 학생 몇몇이 도와드리는 일을 하게 된 것으로 난 그 분의 병실에서 몇가지 잔 신부름과 소변을 받아내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의 충격은 대단했다. 책 속에서만, 어른들의 말 속에서만 존재했던 기억에만 의존했던 사실이 살아있는 역사로서 내게 다가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난 그 충격을 흡수할 만한 여력이 없었나 보다. 이 인모 할아버지를 보고도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냥 바라 보기만 했을 뿐이었으니....

이런 몇가지 경험은 그 후에도 지리산과 빨치산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픈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일까?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지리산을 작년부터 올라가 보기 시작을 했다. 한 번의 종주와 몇 군데의 계곡과 능선을 다니게 된 것이다. 그 거대한 산줄기 앞에 감격하고 힘겨워하는 중에도 항상 내 맘은 빨치산의 흔적과 기억을 떠 올렸다. 그래서 난 그 옛날의 남부군을 다시 읽고,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워진 이 인모 할아버지의 종군일기를 어렵게 구했고, 절판이 되었다고 했던 이 병주의 지리산을 인터넷 헌 책방에서 구해서 이제 읽고 있는 것이다.(지리산은 최근 다시복간되었음)
이 병주님의 지리산은 내가 보고싶어하는 관점과는 다른 각도에서 쓰여진 책이다. 한 마디로 재미는 없다. 새로운 사실을 적은 것도, 역사에대한 새로운 지평을 넓혀주는 책도 아니다. 6권의 대부분은 정말 말 그대로 이태의 남부군을 그대로 옮겨적은 표절문학 그 자체이다.그런 소문을 들은 나는 그 동안 이 책을 회피해 왔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하지만 40을 바라보는 지금은, 左든 右든 이제는 좀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은 떠나온 고향 언저리에 관한 이야기만 나와도 반가운 나이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도 작가의 관점을 부정하고 몇 번이고 덮을 번 하다가도 다시 읽어 가는 것은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의 말대로 자기 수양의 과정일 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紅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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